
jeepy의 끄적임
by jee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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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8일
꼬박 잊고 살았다. 평생의 선물과도 같았던 필라델피아에서의 2년. 설렘을 품고 도착했던 회색 빛의 도시, 가끔은 찾아왔던 절망감과 빡빡했던 학생으로서의 시간들, 나의 상념과 느린 발걸음을 한껏 품어주곤 했던, 너무 서럽게 파랗던 하늘. 도시 전체에 드리웠던 왠지 모를 우울한 잔상, 자그마하지만 소소한 아름다움과 고풍이 있는 다운 타운, 2차선의 좁은 차선들, 햇빛 고운 날이면 리튼 하우스 스퀘어로 가득히 모여 들던 사람들, 골목 하나를 돌 때마다 새로 발견했던 맛있는 식당들, 급한거 없이 여유롭지만 그래도 교외에 사는 사람들과는 사뭇 달랐던 그 도시의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도시의 밤을 지켜내던 기묘한 노란 눈동자의 탑.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에 점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던 와중에, 고락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친구라고 하기엔 한없이 서먹하고 거리감이 있었던 동급생들, 그 중간쯤에 속하는 인사와 가벼운 잡담을 겨우 나누곤 하던 또 한 무리의 지인들, 학교에서 집으로 월넛을 따라 걸어 돌아오던 그 시간을 참 즐겼었는데… 떠난지 3년 반만에 모처럼, 맘먹고 필리에 갔다. 들른다고 해봐야 DC에서 오는 길에 하룻밤 묵는 거니까, 24시간이 채 안되는 거지만, 이른 아침 암트렉을 타고 30가 역에서 내리는데 역사의 높은 천장만 봐도 가슴이 콩콩 뛰는 것이 오래된 연인을 만나듯이 설레었다. 비로 온종일 질척이던 날씨가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브로드 스트릿의 호텔에 짐을 풀기가 무섭게 월넛 거리를 신나게 가로질러, La Colombe부터 갔다. 브랜드 커피를 마실까 카푸치노를 마실까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일단 아침이니까 카푸치노를 마시고 오후에 한번 또 들리기로 맘먹었다. 아 얼마나 그리워했던 깊은 맛인가. 학교 다닐땐 관심도 없던 각종 기념품 사대느라 북스토어에서 만만치 않은 시간을 잡아먹고 다다른 헌츠만 홀은 정말 한점의 변화도 없는 모습이다. 여전히 다른 건물들에 비해 반짝 반짝한 새건물 냄새, 금요일에도 각종 수업이 있는 강의실, 복도를 따라 늘어선 스터디 룸. 딱 하나 변한게 있다면 1층 Au Bon Pain 앞에 늘어지게 자라난 나무 덩굴들. 평생 다시 쳐다보지 않기로 한 Au Bon Pain 인데 무성한 덩굴 자락에 어울려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마져 연출하는 통에 하마터면 뭐라도 주문할 뻔했다.
헌츠만 홀이 이정도니 다른 건물과 거리가 한결 같은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세월이 여기를 비켜 가는건지, 이미 얽혀있는 세월의 무게로 몇 년의 시간 쯤은 섞여도 전혀 티가 안나는 건지 암튼 캠퍼스 상점가에 새로 생긴 Cereal Bar가 겨우 하나 집어 낼 수 있는 변화인 거다.
학생들만 갈아치운 듯한 캠퍼스에 비하면 그래도 다운타운은 제법 바람직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게 확연했다. 멋진 초고층 건물이 두개나 생겼고, 월넛과 체스넛에는 West Elm, Bo Concept, DWR같은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가구점이 좌악 들어서고, 자라나 세포라, 로우만스 같은 필수 불가결한 상점들도 차곡 차곡 들어온 거다. Di Brunos Brother나 Scoop De Ville 아이스크림집은 확장 이전을 했고. 뉴욕에서 필리로 다시 이사온 Jing 부부와 동네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처음 가본 식당이지만, 먹거리의 도시 필리 답게 역시 녹녹치 않은 맛을 자랑하는 것이, 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그리운 식당 다시 가보기 뭐 이런거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 13가 Samson 젤라토 집에서 사온 디저트와 차 한 주전자를 놓고 친구집에서 밤이 새도록 떨던 수다는 왜 그렇게 또 새록 새록 하던지. 중국과 인도 출신의 이 천재 물리학 박사 부부는 일상적인 대화 중에도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현재순가치로 환원할까, 국가별 범죄율과 납이나 수은 노출과의 상관관계는 어떤가 등등 대단히 무게 있는 화제를 쉴새 없이 날린다. 아마 아이를 낳게 되면 엄마 아빠 토론을 어깨 너머로 구경만 해도 학교도 가기 전에 꼬마 박사가 되어 있을 듯.
다음에 필리를 가보는 건 언제가 될까? 졸업 5주년 기념여행 아니면 또 이런 식으로 툭툭 지나가며 들르기?
<Day & Night : 노란 시계탑> 고담시티는 뉴욕이 아니라 필리여야해 라고 늘 주장하게 만들었던 살짝 괴기스러운 노란 눈동자 시계탑은 여전하다. 거기다 얼마전 읽은 Historian에서 마지막에 드라큘라가 아직도 배회하는 도시로 필라델피아가 나온 기억에다 마침 근처 극장에서는 오페라 드라큘라를 공연중. 부슬거리는 밤비속의 시계탑은 하지만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다른 힘도 지녔다.
<La Colombe> 일전에 우연히 필리에서 왔다는 사람과 친구네 파티에서 La Colombe를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두고 설전을 벌인 끝에 이게 사실 프랑스풍의 커피점이라는걸 뒤늦게 알게된 후로 더욱 그리워했던 Colombe, Colombe, Colombe... 이날 아침에 마신 카푸치노도 오후에 마신 블랙 커피도 아직 혀에서 감도는 듯 하다.
<학교>
 
# by jeepy | 2007/10/28 20:32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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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8일
나이 먹는게 자랑도 아니고 꼬박 한살 더 먹는 날 맞기가 그리 기쁜 일만도 아니긴 하지만, 지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뒤로 생일이란 거의 남의 일이 되버렸다. 뉴욕 친구들과 café grey에서 기억에 남는 식사를 했던 작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이맘 때 마다 열리는 거창한 모학회 덕에 워싱턴 일대를 배회하면서 별로 달갑지 않은 비즈니스 디너로 저녁을 때우고 지쳐서 침대에 쓰러지다가 아 내 생일이 벌써 지났구나 하고 뇌까리는 그런 식이다. 올해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비행기 안에서 생일 하루를 다 보낸다. 어차피 도쿄에 남아 있는다구 크게 축하해 줄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비행기 좌석에 틀어박혀서 꾸벅 꾸벅 졸면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과히 상큼해 보이는 현실은 아닌거다. 조금은 서글픈 생각에 집에 오는 길에 조각 케잌을 좀 사고, 샴페인 작은 병을 하나 샀다. 그래 뭐, 어차피 씩씩하게 사는 김에 혼자서 생일 전야를 축하해 보는 것도 한 번 해보면 어떠랴. 집에 모셔둔 Krug도 있지만 한 병을 다 비울 자신은 없으니, Half Bottle로 살수 있는 최선의 선택 중 하나인 Lanson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병을 딴다. 부드럽게 일었다 잦아드는 거품. 아삭거리며 소근 소근 부딪치는 스파클링의 소리가 그러고 보니 축하의 속삭임처럼도 들린다. 분위기 같아서는 작은 병 하나쯤 훌쩍 다 마셔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젠장 샴페인 잔 하나를 비우기가 무섭게 어질 어질 취기가 오른다. 저녁도 먹었고, 스트로베리 쇼트 케잌이랑 쇼콜라 케잌도 먹어 치웠는데 어쩜 이리 쉽게 얼굴이 달아 오르는걸까 이런 이런. 가방도 대충 싸고, 이메일도 체크하고, 출장 미팅 일정도 다시 점검하고 약속도 다시 잡고 해야 하는데, 여기서 잠들면 안되는데… 어설프게 혼자 축하하는 시늉 내보다가 졸음만 쏟아진다. 어쨌든 그래도, Happy b-day to myself.
# by jeepy | 2007/10/18 21:19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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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4일
그림이라면 타고 나길 문외한인데다가, 전시회를 보고 뭔가 아는 척, 쿨한 척 해야겠다는 치기 어린 허영심으로 가득한 시절 따위 지난지 오래라, 세련된 미술 감상자로서의 자격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단순한 동기로 미술관에 간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일요일마다 아트 뮤지엄 입장료가 공짜라서 산책 길에 가끔 들렀었고, 록본기 힐스 전망대에 오를 일이 있을 때면 입장료에 모든게 포함되어 있으니까 모리 미술관에 가고, 뉴욕에 가면 메트나 모마는 여전히 잘있는가 싶어서, 또는 뮤지엄 샵에 쇼핑하러 갔다가 들르는 이런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 코앞에 있던 성곡 미술관이나 금호 미술관은 한번도 안 갔다. 본능적으로 어딘가 구린 모 여인이 있는걸 알아 채기라도 했던 걸까?) 그냥 봐서 좋은 것, 이를 테면 말로 설명이 안되더라도 뭔가 느낌을 던져주고, 이러 저러한 상상의 나래를 펼 기회를 제공해주는 작품은 내게 모두 수작이다. 상상의 모티브. 이 단순한 잣대를 가진데다 보는 안목이 없으니 대개는 구경하면서 그냥 그림 앞을 휙휙 지나가기가 일쑤인데, 요새는 왠일인지 가는 곳마다 발목을 붙들어 매는 느낌 좋은 전시회를 턱턱 만난다. (뭐 가끔 지루하고 고루한 일상속에 이런 운이라도 맛보라는 하늘의 뜻인건가) 이름만 겨우 들어봤던, 르 꼴뷔제의 알차기 그지 없었던 건축전이 그랬고, (인체의 곡선을 따라 만들었다는 그 기 백만원짜리 긴 의자 아직도 눈에 삼삼) , 메트에 슬렁 슬렁 갔다 순간 넋을 잃고 헤엄치다 온 Dutch Paintings전에서의 램브란트 그림들이 그랬고, 요새 동네 미술관에서 하는 베르메르전이 그렇다. 일상에서 내가 아는 Dutch들은 모두 훌쩍 큰 거구에다 독일어 만큼은 아니지만 꽤 딱딱해 보이는 액센트를 구사하며 약간은 건조한 피부를 가진 상당히 사무적인 모습인데, 네덜런드 화가들 그림 속에서의 주인공들은 그래도 제법 윤기 있게 생겼다. 램브란트의 인물화 주인공들은 다들 유리처럼 반들대는 콧등을 자랑하고 베르메르의 주인공들은 사려깊은 눈매를 가졌으니.
다들 삶이 편해 보이는 얼굴들은 아닌데, 그래도 뭔지 모를 깊이가 여유가 있다. 삶에 찌들기는 나도 마찬가지 인데, 어느 날 누가 나를 삽화로 그린다면 내게서는 그런 깊이감이 당연히 안 느껴지겠지. 아, 시간을 거슬러 17세기로 갈수도 없고, 21세기 초를 이렇 듯 하릴없이 겨우겨우 살아가는 나는 어떻게 이런 경박스러운 가벼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걸까.
# by jeepy | 2007/10/14 20:4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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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08일
어쩌다 보니 이혼한 커플의 틈에 끼어 번갈아 가며 각각의 상처를 위로해 주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그들은 일본인이고, 대학동기라 같이 아는 친구들도 많은데 고민 상담 상대로는 어줍잖게 내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 되어 버린거다. 아마도 둘을 적당히 잘 알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가 돌릴 우려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외인이다 보니 낙점이 된게 아닐까 하는데. 결혼은 커녕 연애라는 단어와 남남이 된지 백만년 쯤 된 내게 그런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새로 생겼다는 쇼핑몰인 긴자의 마로니에 게이트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하면서 그녀의 심정 고백을 들었는데, 리옹에서도 유명한 Paul Bocuse의 프렌치 요리는 혀에서 달콤히 녹고, 늘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이 커플의 안타까운 현실은 모래처럼 퍽퍽했으니... 그래도 몇 주전 만난 남편은 거의 폐인 상태였는데, 그녀는 현실을 담담히 잘 견디고 있는 걸 보니 여자들이 더 씩씩한건 대체로 진실인 듯하다. 적어도 대부분의 여자들에게는 쇼핑과 Culinary Tour라는 처방전이 꽤 잘 듣지 않는가. 처방의 일환으로 둘러 본 마로니에 게이트는 쇼핑 장소로서는 그냥 그랬지만 식당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Paul Bocuse에다 내가 꽤 좋아하는 야키야키 미와도 있고, 얼마전 묵었던 래플스 호텔을 선연히 떠올려주는 Raffles Terrace, 나의 사랑 Jim Thompson Cafe마져 있으니 이국적인 분위기를 찾고 싶을 때는 최고의 선택일 듯. (요새 오픈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에프터눈 티는 이달 말까지 예약이 다 끝나있다는데, 바아흐로 동남아 Luxury 모드는 동격 상륙 중. )
# by jeepy | 2007/10/08 11:13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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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07일
요즘은 참 생각이 많다. 미친 듯한 일정으로 가득했던 9월 한달, 매주 계속되었던 어디론가의 출장과 마지막 주에 다녀온 뉴욕으로의 휴가. 매주 나리타까지 나가는게 부담스러웠긴 해도, 다른 때에 비해 보면 일정이 완전 널널했던 출장들이었고, 뉴욕에서는 보고픈 친구들과 한가롭고 유유자적한 시간을 잘 보내다 왔는데, 여전히 내 머리를 지배하는 단어 하나는 “directionless”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걸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도 해소가 되지 않는 혼란스러움. 사실 나는 방향 정할 일도 몇 개 없지 않은가. 근래의 고민이라야 도대체 뭘 하면서 앞으로 5년 10년을 사는게 좋을까.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정답인걸까 아닐까 정도. 물론 이게 매우 큰 질문이긴 하지만, 그 밖에는 고민할 거리가 주어지지 않은 매우 단순한 삶인데 왜 늘 답답한 걸까. 답답함을 조금 덜어볼까 하는 기대로 어디론가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뉴욕처럼 곳곳이 익숙해진 곳이 아닌 진짜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프리카. 그곳에 가면 마음의 짐을 조금 덜고 올수 있으려나?
# by jeepy | 2007/10/07 11:07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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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06일
토요일 하루는 아침에 혼자 본 영화 한 편과, 먹을 것도 없이 봉지 수만 요란한 장보기, 아래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바다건너 친구와 한참 동안 전화 통 붙들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저물어 버렸다. 사실 친구와 통화 연결되기가 한가하게 늘어지던 토요일 오후처럼 쉬웠던건 아니었다. “어, 지금 뉴욕 xx와 통화 중이거든? 다시 할게” 근 한시간만에 걸려온 전화, 이러저러한 신세 한탄 및 소소한 일상의 껍질들을 한꺼풀씩 벗겨가면서 쌓는 우리들의 수다. 드디어 화제는 요새 각종 잡지 및 언론에서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는 신종어 “골드 미스”에 이르렀다. 친구가 얘기한 잡지 글을 직접 읽은 것도 아닌데 그 문체 및 기사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요새는 골드미스가 트렌드고, 당당하고 독립적이길 원하는 능력있는 여성들은 모두 그길을 가길 원하며, 심지어 젊은 20대 여성들조차 미래의 희망 사항으로 골드미스를 손꼽으며 그 준비에 일로매진 중이다 등등… (커억 커억) “그 기사에서 운운하는 지극히 상투적인 기준에 따르면 우리 친구들 상당수가 거기 해당되는건데 대체 우리들 일상 어디에 그런 당당하고 장미빛으로 가득한 모습이 있다는거야?”모두들 지쳐 빠지게 일해야 하고, 로맨스는 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 없고, 한국에 가면 경계인 소리나 듣기 딱 좋은 신세로 이나라 저나라를 떠돌고 있으니 친구가 기함을 토할만 하다. 거기다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굳이 인터넷 동호회 활동따위 하지 않아도 이런 싱글들의 자가 증식력은 아무도 못막게 무서운 거란걸 그놈의 미디어 종사자들은 알고 있는 건지 원참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거다. “런던에서 방바닥 긁고 있는 XX가 전화 왔다. 오늘 완전 제대로 다국적 싱글 네크워크 점검하는 날이다. 쩝" 은 이런 식으로 주말 하루 종일 붐비고 있는 친구의 전화 라인이라니. 쏟아지는 수다의 무게로 이러다 불통되는건 아닐까? 드라마나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야망을 갖고 커리어에 올인해서 일하는게 아니라, 실은 달리 할 일도 없고, 스스로를 부양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결혼 안한 백수 타이틀 보다는 그래도 명함이라도 하나 가지고 다니는게 정신적으로 덜 피로해서 이렇게 지지고 볶고 열심히 일하는 게 솔직한 현실이기 때문에, “커리어 우먼”어쩌고 하는 단어를 진짜 싫어하는데, 이 놈의 신조어는 한 술 더 뜬다. 현란한 미사여구로 특집 만들기에 여념이 없은 미디어 종사자들은 혹여 이런 현실은 어떻게 생각할런지.
# by jeepy | 2007/10/06 23:29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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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27일
프린스 스트릿에 가보면 엄밀히 말해 이 주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낡은 아파트 건물 입구 위에 49~51이라고 쓰인 번호 사이에 묻어서 존재할 뿐. 그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망령과도 같은 감정을 정리하고 온건 이번 뉴욕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인지 모른다. 기억도 희미한 낡아빠진 추억에 의지해서 스스로가 키워온 일종의 허상과도 같은 감정. 이게 아니면 안될거라는 근거 없는 절대주의. 그래 진작 떨쳐냈어야 했었는데. 대낮에도 사람들로 가득한 그 앞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정신없이 떠드는 전형적인 뉴요커들. 낡았지만 분명 그안은 꽤 쓸만할게 분명한 건물. 그 외벽에 걸린 현란한 광고 페인팅을 잠시 바라보다 보는데, 갑자기 현실 감각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돋아났다. 그래 익숙하지만 결코 나의 일부가 될 수 없는 이 공간처럼, 현실이 될 수 망상에서 이제는 빠져나오자. 더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단 10분에 정리가 되더라니. 사람 마음이란 참….
더불어, 낡아빠진 지갑과도 이제는 안녕이다.
# by jeepy | 2007/09/27 16:0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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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24일
Judy는 눈을 감고 듣는게 좋을거라고 했다. 같은 사무실서 일하는 그녀는 벽안의 일어 동시 통역사면서 여가 시간에는 밴드를 결성해서 에어로 스미스풍의 음악을 하는 보기와는 다른 터프한 피가 흐르는 동료다. 스틸리 댄이 다시 뭉쳤단다, 일본에도 온단다 하는 소식에 같이 들썩 거린지 몇 달, 그러나 우리의 걱정은 팍삭 늙어버린 그 분들을 보고 그간 고이 간직해온 소중한 단상들이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것.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곡 중 하나인 Maxine의 주인공인 도널드페이건의 늙어버린 모습을 보는건 사실 상당한 두려움. 게다가 안봐도 엄청난 돈을 들였을게 분명한 미드타운 내의 빌보드라는 거창한 재즈클럽의 그랜드 오프닝 공연으로 잡힌 만큼, 표 구하기도 힘들었고, 가격도 쓸데없이 비싸기 이를데 없으니. 이러저러한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 공연을 놓칠 수 없었던 건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결정. 전에 Eternal Sunshine of Spotless Mind를 보고 한 대 맞은 듯한 멍한 감동에 젖어 친구들한테 무조건 보라고 거의 닥달아닌 닥달을 하다시피 했었는데, 그 중 한친구가 영화보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고 권한 내게 은근한 힐난의 눈길을 보냈었다. 무슨 영화가, 자기의 지난 연애사를 낱낱이 속속들이 들춰내는 것 같아서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며. 스틸리 댄의 공연도 내게 그런 역할을 한 걸까. 길지 않은 한시간 남짓의 공연시간 동안, 바늘로 찌를 여지도 없어 보이는 물샐틈 없는 완벽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그 현란한 연주 속에서 계속 나를 파고 든건 지독한 과거의 잔상들. 매우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내는 내게 인생에서 가장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가 있었다면 단연코 20대 후반의 나날들이다. 행복했다 끔찍했다 이런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그냥 참 다른 경험들이 짧은 기간을 사이에 두고 융단 폭격과도 같이 내렸던 그시기는 성장통과도 같은 거였다고나 할까.
근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스틸리 댄의 무대에는 이제는 먼 얘기가 된 듯한 그 시절의 기억들을 들춰내는 교묘한 장치들이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얽혀 있는 거였다. 아 그랬었지 이랬었지 등등... 상당한 거금을 주고 공연 보러온 사람들의 기대 속에, 세월의 흔적을 버텨내지 못한 쇠잔한 목소리로, 그닥 엄청난 성의를 찾기 힘든 단 한시간의 공연으로 때운 (뭐 그래도 세션들, 특히 드럼, 베이스는 굉장했다), 이제는 흔들리는 배의 중량감만으로 중년을 넘어 노년의 분위기를 단박에 전달하는 이 뮤지션들에 대한 실망감은 분명히 감추기 힘들었다. 근데 예견된 실망감은 견딜만 했던데 비해, 의외의 복병은 기억의 끈을 놓치않고 계속 살아나는 과거지사의 중량감. 이거 난감하다. 더 웃긴건 집에 오자마자 당장 도널드 페이건의 앨범을 들으면서 쓴 웃음을 짓는 내 자신.
# by jeepy | 2007/08/24 23:50 | 음악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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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19일
더위에도 약하고, 땀 뻘뻘 흘리면서 인파에 묻어 다니는 거 딱 질색이라, 여름 휴가란 내게는 늘 좀 먼 얘기다. 따라서 여름 휴가에 대한 원대한 계획 따위 세워 본 적도 거의 없고. 올해도 휴가는 뉴욕이다라고 진작 마음을 정한지 오래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부터 계획한 또 한번의 방콕행은 여름 휴가라기 보다는, 그냥 궁금했던 태국 요리 클래스를 들어볼까 하는 욕심, 스파의 향연에 한번 몸을 맡겨보고자 하는 게으른 유혹, 맛있는 태국 먹거리로 그렇지 않아도 좋은 입맛을 더욱 증진시켜보려는 위험한 발상을 동기로 한 며칠간의 잠깐 나들이쯤 되는 여행이었다. (이 한 여름에 방콕을 가는 무리수를 두기에 충분한 나다운 동기가 아닐수 없다) 올해 들어 두번째 혼자만의 여행. 봄에 다녀온 교토는 그래도 근교였다고 치면 혼자서 씩씩하게 떠난 간만의 여행인거다. 늘 꿈꾸던 홀로 유유자적하게 떠난 남국 휴양지로의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혼자서 즐기는 법을 만끽할 수 있었던 나흘이었다. 폭염으로 난리가 난 동경보다 더 선선했던 기온과 스콜도 거의 내리지 않았던 방콕의 날씨는 이번 여행의 조그만 선물이었다. 방콕 최고라고 여러 사람이 추천한 Baipai 쿠킹 클래스는 듣던대로 너무나 훌륭했고, 재료만 갖춰진다면 언제든 태국 요리 몇 개 정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어설픈 자신감이 파악 생겼다. 독일에서 온 노부부와 별로 멋지지는 않았던 프랑스 청년 하나는 이번에 5일 코스를 내리 듣고 수료증 같은걸 받던데, 나는 이틀만 들었으니 나머지 3일은 다음번 여행을 위해 쟁여놓은 셈이다. 몸을 너무 혹사하는거 아닌가 싶게 약간은 무리해서 매일 다녔던 네 곳의 각각 다른 스파 역시, 서로 다른 장점과 분위기로 다음 번에는 어딜가야 할까 하는 숙제아닌 숙제를 남겨 주었고, 짬짬이 들른 카페나 티룸에서 느긋하게 한 에프터눈 티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이란 이런거로군 하는 끄덕임을 선사했다. 게다가 언제 읽어도 기분이 새로운 호밀밭의 파수꾼 페이퍼 백을가볍게 들고 다니며 차마실 때나, 호텔 수영장 벤치에 늘어져서 슬렁슬렁 읽다보니, 삶의 질을 찾으려면 방콕으로 이사가야 하나 하는 엉뚱한 발상까지 들 정도다. 사실, 여행마저 혼자 다니기 시작하면 진짜 위험한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언제나 호기심이 앞서다 보니 그정도 두려움은 별로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가 바야흐로 펼쳐지려는 건지도…
<Baipai 쿠킹 클래스에서 매우 행복해 보이는...>

# by jeepy | 2007/08/19 21:0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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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12일
늘 벼르기만 했던 록 페스터벌에 첨으로 다녀왔다. 작년에 일본 도착했을 때도 마침 섬머소닉이 펼쳐지려고 하는 와중이었으나, 이사다 현지 적응이다 뭐다 지쳐 빠진 탓에 엄두도 못냈었는데, 올해는 훌쩍 지하철 타고 가뿐히 섬머소닉에 다녀왔다.
정말 덥다 덥다한 이렇게 더울 수 없는 8월의 햇볕 쨍쨍한 날에 , 까맣게 타는 것쯤 감수할 결연한 각오로 선크림까지 여분으로 챙겨 갔는데, 막상 내가 보려고 하는 무대는 모두다 실내란다. 이게 왠 천우신조. 거기에다 게으른 나를 위해서 내가 보고자 하는 밴드는 모두 한 스테이지에 오르는 주최 측의 엄청난 협조로 잠시 이 무대 저무대 슬쩍 구경다닌 것 빼고는 한 장소에 완전히 정착해서 오늘의 메인인 펫샵 아저씨들을 기다릴 수 있었다. Eternal Sunshine에서 상큼함으로 가득한 사운드를 선보였던 Polyphonic Spree의 인해작전 무대로 워밍 업을 해주시고 (24명이 다 온건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무지하게 많더라), 어설프게 느끼한 무대 매너를 선보이는 Brett Anderson (그냥 Suede하지 왜 헤어져 가지구는)의 전형적인 브릿 사운드를 들은 후 땀도 식힐겸 카페에 잠시 다녀왔더니 벌써 신디로퍼의 무대가… 겨우 인파를 헤집고 들어가서 그녀의 앙칼지고 힘있는 보컬의 세계에서 잠시 헤엄쳐 본다. 필라델피아에서 몇년 전에 본 그녀의 공연과 과히 다르지 않은 비교적 고즈넉해진 사운드. 여전히 짱짱한 목소리. 압권은 마지막에 폴리포닉 멤버들을 불러내서 폴리포닉 풍으로 편곡해서 신나게 모두들 깡총댔던 Girl Just Wanna Have Fun. 20년 시차를 두고 음악하는 뮤지션들인가 싶게 완벽하게 어우러진 한무대였다. 근데 신디로퍼는 일어 배우면 잘할듯. 겡끼, 아쯔이 하는데 발음이 완벽 완벽. Pet Shop Boys를 기다리는 마지막 무대였던 Cornelius의 사운드는 미래 지향적이다 못해 이제는 진짜 우주로 가버린듯. 예전에는 꽤 좋아 했었는데, 글쎄 이제 이들의 음악과 내 심장을 연결하는 고리는 사라진 듯 무덤덤함의 극치. 연애했던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알고 지냈는데 10년만에 만나서 참 어색해진 친구 만난 그 느낌으로 한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자리 사냥에 나선 끝에 메인 공연을 볼 무렵에는 무대 가운데 단단한 버팀목이 있는 최고의 자리를 잡는 행운을 누렸다. 그래 남들은 여기 저기 다녀도 나는야 한곳에서 끈질기게 기다리는 기다림의 정신이다 이거지. 작년 뉴욕 공연을 놓친이래, 언제쯤 볼수 있을까 목매어 기다려 마지 않던 나의 영원한 우상 Pet Shop Boys. Electronic Entertainment를 선사하겠다는 Neil아저씨의 오프닝 멘트처럼 진정한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란 이런거야 하고 몰려든 관중들에게 한수 가르쳐 주는 듯 하다. 한올의 오차도 없는 댄서들과 스크린의 영상들, 온통 무지개 빛으로 가득한 무대 (언제나 본인들의 성적 정체성에 충실하신 분들이다 보니) 이제 들어도 첨단을 달리는 사운드. 세월의 무게는 얼굴 주름과 머리 숱에는 영향을 주지만 목소리만큼은 언제나 비켜 가는 듯하다. 그래 이거였지 하는 주옥과 같은 음악. 아 정말 80년대는 위대했던거 맞다. 공연이 끝나고 가는 길에 잠깐 들른 Offspring의 무대쯤은 시시하게 만든 Pet Shop Boys의 관록. 요새처럼 멋진 시디나 아이팟도 없고, 음악 정보는 어설픈 잡지나 심야 음악프로에 겨우 의지해서 알아내고, 한 손에는 낡아빠진 라디오 또 한 손에는 어설픈 마이마이를 끼고 아침부터 밤까지 이음악 저음악 듣느라 정신 없었던 20여년전 이 맘때의 여름이 문득 그립게도 느껴진다.
어쨌든 고생스러운 캠핑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내게 섬머소닉은 엄청난 솔루션으로 다가왔다. 사실 보고 싶었는데 그놈의 좋은 자리 때문에 포기한 Manic Street Preachers, 중복 일정으로 볼 수 없었던 메인 헤드라이너 Artic Monkeys, 그리고 Pet Shop Boys공연볼 때 혹시 체력에 지장 있을까 지레 짐작으로 화악 포기해 버린 첫날의 주옥과 같은 밴드들, Travis, Goo Goo Dolls, Sugar Ray 등등 생각할 수록 아쉽다. 이 정도 라인업만 매 해 받쳐주면 체력을 가다듬어 앞으로 진짜 매년 찾아가도 될 듯 하다.
# by jeepy | 2007/08/12 23:35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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