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3월 31일
꽃놀이 전초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날씨 덕에 벗꽃이 일찍 필거라는 예견도 분분했으나, 막판에 은근히 매서워진 봄날씨로 동경의 벗꽃 시즌은 예년과 다름없이 3월말에 찾아왔다. 진해도 벗꽃으로 유명하고 워싱턴도 벗꽃으로 유명하지만 한번도 구경가야 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 없는데, 워낙 일상이 뻔하다보니 이제 이런 것마저 관심이 간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오하나미”라는 제법 멋스러운 말로 모든 사람이 여기에 동참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팍팍 조성해 대는 판이니, 귀가 얇은 나로서는 솔깃 솔깃 할 수 밖에.
진작부터 계획한 교토에서 벗꽃구경하기 일정을 일주일 앞두고,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학교 동창들끼리 한 달에 한번 꼴로 만나서 먹는 토요일 점심 약속이 벗꽃으로 유명하다는 구단시타에서 잡혔다. 만개한 벗꽃잎 만큼이나 꽈악 차게 밟히는 인파를 뚫고 공원을 배회하면서 든 생각은, 뭐 여의나 동경이나 벗꽃시즌에 사람 많고 여기저기 먹거리 가판대 들어서는 건 비슷하군 하는 거. 차이라면 강가를 끼고 줄지어선 나무들이 주변 경관과 조금 더 조화를 이룬 정도. 날씨가 우중충하고 제법 쌀쌀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걸 수도 있겠고…
사실, 이날의 수확은 어설픈 꽃놀이 후, 가구라자카라는 정감가는 동네의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이태리 식당서 일본에 온 이래 제일 맛있었던 핏자와 파스타, 그리고 젤라토를 먹었다는 사실이다. 학교다닐 때는 일면식도 없었는데 단순히 동종업계라는 이유만으로 1년 선배들 모임에 끼어서 늘 맛있는 식당을 소개받기만 하자니 슬쩍 민망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좋은게 좋은거니까.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벗꽃과 동행한 동종업계 동창, 실은 경쟁업체 직원들>

# by jeepy | 2007/03/31 19:47 | 트랙백 | 덧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