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08일
진짜 꽃구경
교토 교토 노래를 부르다가, 이왕 가는거 그 유명하다는 벗꽃놀이 피크시즌에 가보자고 겁도 없는 계획을 세웠다. 당일치기로 교토를 가본적 이야 몇번 있지만, 그게 몽땅 출장이었으니 내가 아는 곳은 오직 교토역, 자동차에서 슬쩍 본 거리, 그리고 병원 이게 전부니 가봤다고도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몇 달 전부터 알아봤는데도 일본인들 어찌나 부지런들 하신지 호텔마다 방이 없어서 여행사를 통해 겨우 힘들게 터무니 없는 가격을 주고 울며겨자먹기로 호텔을 구하고 드디어 새벽 기차를 타고 도착한 교토, 세상에 이날도 여지없이 비가 주룩 주룩. 올해 꽃구경은 비 구경과 함께하라는 건지 원.
근데 교토의 거리에서 맞는 부슬비는 그리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묘한 느낌이 있다. 엄청난 관광 인파로 붐비는 와중에도 오래된 건물과 빗자락이 어우러져서 묘한 낭만감이 있는 건, 흙과, 목조, 좁다락 골목자락의 영향인걸까?
암튼 평생 볼 벗꽃은 다보고, 기모노 입은 아줌마, 아가씨들을 비롯해서 사람 구경 신물나게 하고, 참으로 오랜만에 정통 콩나물 시루 버스에 꺼이 꺼이 짐짝처럼 실려도 보고 하느라 혼자 하는 여행의 한적함을 만끽할 시간은 없었지만, 소원 풀이를 했으니 일단은 만족해야 하는 여행이다.
한적함만 보장된다면 다음에는 좀 시간을 갖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데, 기본적으로 교토는 한겨울, 한여름 빼고는 비수기가 없다니 안타까운 노릇.
<관광지들; 금각사, 기요미즈데라, 우지가미 진자, 뵤도인 >
엄청난 관광객의 자세로 무장한 나는 그 험한 교통 대란을 뚫고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다. 원래 유명하다는 관광지 찍고 돌아다니는거 제일 싫어하는데, 오랜만에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본거다. 주로 이런 불교 유적지를 보다보니 어설프게도 조선 왕조에 대한 증오가 치밀더라는... 서양은 기독교를 모티브로 각종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일본 같은 속칭 과거의 미개국 (솔직히 이거야 원 한국사람으로서 교육받은 거니 어디 다른 나람 사람과 논쟁이라도 해볼라치면 말발 딸릴 확률이 높지만)도 불교를 통해 사찰 문화 및 예술 작품을 꽃피웠는데, 우리 문화예술계는 그 잘난 유교를 숭상하던 몇백년간 반 정체 상태에 있었으니, 제길 정말 위대한 조선이다.
아수라장과 같았던 교토 시내에 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찾아간 우지는 여유가 있는게, 참 맘에 들었다. 인적없는 골목길을 걸어 천년쯤은 되었을 이끼를 지붕에 이고 있는 신사도 보고, 녹차가게가 늘어선 뵤도인 앞 길에서 녹차 아이스크림도 홀짝 거리면서 어슬렁 거리던 기분이란 꽤 괜찮았다.



<흐드러지던 꽃잎들 꽃잎들 >
여기저기 만개한 벗꽃 구경할 곳이 곳곳에 널렸어도 최고의 벗꽃 구경 지역은 단연고 은각사 앞 "철학의 길"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틀 동안 두번이나 찾았는데 (물론 둘째날은 첫날 갔던 가게의 수제 고양이 인형을 잊지 못해서, 구입하러 꾸역 꾸역 찾아갔던 거지만) 비오는 날의 운치와 맑은 날의 느낌이 각각 다르긴 했다. 기요 미데라즈 역시 밤에 한번 낮에 한번 들렀는데, 산 중턱에서 눈부시게 쏘는 선연한 두 줄의 조명과 어우러진 야간 개장 쪽이 한 수 위였다. 나름 여기 저기 찍고 돌아 다니느라고 바빴는데도 결국 같은 장소를 복습해 준걸 보면 역시 나는 늘어지게 한 군데를 슬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긴 좋아하는 듯하다.





<먹거리, 볼거리 , 산넨자카, 요지야 카페>
나의 여행은 언제나 변함 없이 먹거리와 쇼핑거리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게 어디 교토라고 예외일소냐. 혼자임에도 너무나 꿋꿋이 그 유명하다는 은가사 앞 요지야 카페에서 요지야 시그니쳐 로고가 들어간 맛차 카푸치노도 먹고, 우지에서 잘 나간다는 녹차가게에서 녹차 우동도 먹어주시고, 두부 정식도 빠드리지 않는건 기본이었다. 요지야는 교토에만 있는 화장품 가게인데, 나를 포함한 관광객들치고 여기서 기름종이랑 화장품 몇개안사가는 사람이 없으니 굳이 전국적으로 힘들게 영업이다 마케팅이다 할 필요도 없이 수월하게 장사하는 일본의 지역 마케팅 상품의 전형인 셈이다.
아마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건 산넨자카의 기념품 가게와 철학의 길 앞 가게에서 근방이었을거구.
산넨자카, 니넨자카 이동네의 위치와 그 경관이란 정말 온세상의 기념품 가게가 벤치마킹 해야 할 정도가 아닌가 한다. 분명 엄청나게 기념품 가게가 들어선 상점가에 불과한데, 그 오밀조밀한 목조건물과 좁은 골목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는 돌계단 덕택에 엄청난 낭만감마져 준다니, 이정도면 상업주의의 개가라 할만하다.




# by jeepy | 2007/04/08 22:17 | 트랙백 | 덧글(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