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19일
방콕에서의 나흘
더위에도 약하고, 땀 뻘뻘 흘리면서 인파에 묻어 다니는 거 딱 질색이라, 여름 휴가란 내게는 늘 좀 먼 얘기다. 따라서 여름 휴가에 대한 원대한 계획 따위 세워 본 적도 거의 없고. 올해도 휴가는 뉴욕이다라고 진작 마음을 정한지 오래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부터 계획한 또 한번의 방콕행은 여름 휴가라기 보다는, 그냥 궁금했던 태국 요리 클래스를 들어볼까 하는 욕심, 스파의 향연에 한번 몸을 맡겨보고자 하는 게으른 유혹, 맛있는 태국 먹거리로 그렇지 않아도 좋은 입맛을 더욱 증진시켜보려는 위험한 발상을 동기로 한 며칠간의 잠깐 나들이쯤 되는 여행이었다. (이 한 여름에 방콕을 가는 무리수를 두기에 충분한 나다운 동기가 아닐수 없다)
올해 들어 두번째 혼자만의 여행. 봄에 다녀온 교토는 그래도 근교였다고 치면 혼자서 씩씩하게 떠난 간만의 여행인거다. 늘 꿈꾸던 홀로 유유자적하게 떠난 남국 휴양지로의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혼자서 즐기는 법을 만끽할 수 있었던 나흘이었다.
폭염으로 난리가 난 동경보다 더 선선했던 기온과 스콜도 거의 내리지 않았던 방콕의 날씨는 이번 여행의 조그만 선물이었다. 방콕 최고라고 여러 사람이 추천한 Baipai 쿠킹 클래스는 듣던대로 너무나 훌륭했고, 재료만 갖춰진다면 언제든 태국 요리 몇 개 정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어설픈 자신감이 파악 생겼다. 독일에서 온 노부부와 별로 멋지지는 않았던 프랑스 청년 하나는 이번에 5일 코스를 내리 듣고 수료증 같은걸 받던데, 나는 이틀만 들었으니 나머지 3일은 다음번 여행을 위해 쟁여놓은 셈이다.
몸을 너무 혹사하는거 아닌가 싶게 약간은 무리해서 매일 다녔던 네 곳의 각각 다른 스파 역시, 서로 다른 장점과 분위기로 다음 번에는 어딜가야 할까 하는 숙제아닌 숙제를 남겨 주었고, 짬짬이 들른 카페나 티룸에서 느긋하게 한 에프터눈 티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이란 이런거로군 하는 끄덕임을 선사했다. 게다가 언제 읽어도 기분이 새로운 호밀밭의 파수꾼 페이퍼 백을가볍게 들고 다니며 차마실 때나, 호텔 수영장 벤치에 늘어져서 슬렁슬렁 읽다보니, 삶의 질을 찾으려면 방콕으로 이사가야 하나 하는 엉뚱한 발상까지 들 정도다.
사실, 여행마저 혼자 다니기 시작하면 진짜 위험한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언제나 호기심이 앞서다 보니 그정도 두려움은 별로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가 바야흐로 펼쳐지려는 건지도…
<Baipai 쿠킹 클래스에서 매우 행복해 보이는...>

# by jeepy | 2007/08/19 21:03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