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06일
미디어, 그 지긋지긋한 경박함
토요일 하루는 아침에 혼자 본 영화 한 편과, 먹을 것도 없이 봉지 수만 요란한 장보기, 아래층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바다건너 친구와 한참 동안 전화 통 붙들고 있는 사이에 그렇게 저물어 버렸다.
사실 친구와 통화 연결되기가 한가하게 늘어지던 토요일 오후처럼 쉬웠던건 아니었다. “어, 지금 뉴욕 xx와 통화 중이거든? 다시 할게” 근 한시간만에 걸려온 전화, 이러저러한 신세 한탄 및 소소한 일상의 껍질들을 한꺼풀씩 벗겨가면서 쌓는 우리들의 수다. 드디어 화제는 요새 각종 잡지 및 언론에서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는 신종어 “골드 미스”에 이르렀다. 친구가 얘기한 잡지 글을 직접 읽은 것도 아닌데 그 문체 및 기사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요새는 골드미스가 트렌드고, 당당하고 독립적이길 원하는 능력있는 여성들은 모두 그길을 가길 원하며, 심지어 젊은 20대 여성들조차 미래의 희망 사항으로 골드미스를 손꼽으며 그 준비에 일로매진 중이다 등등… (커억 커억)
“그 기사에서 운운하는 지극히 상투적인 기준에 따르면 우리 친구들 상당수가 거기 해당되는건데 대체 우리들 일상 어디에 그런 당당하고 장미빛으로 가득한 모습이 있다는거야?”모두들 지쳐 빠지게 일해야 하고, 로맨스는 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 없고, 한국에 가면 경계인 소리나 듣기 딱 좋은 신세로 이나라 저나라를 떠돌고 있으니 친구가 기함을 토할만 하다. 거기다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굳이 인터넷 동호회 활동따위 하지 않아도 이런 싱글들의 자가 증식력은 아무도 못막게 무서운 거란걸 그놈의 미디어 종사자들은 알고 있는 건지 원참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거다. “런던에서 방바닥 긁고 있는 XX가 전화 왔다. 오늘 완전 제대로 다국적 싱글 네크워크 점검하는 날이다. 쩝" 은 이런 식으로 주말 하루 종일 붐비고 있는 친구의 전화 라인이라니. 쏟아지는 수다의 무게로 이러다 불통되는건 아닐까?
드라마나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 엄청난 야망을 갖고 커리어에 올인해서 일하는게 아니라, 실은 달리 할 일도 없고, 스스로를 부양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결혼 안한 백수 타이틀 보다는 그래도 명함이라도 하나 가지고 다니는게 정신적으로 덜 피로해서 이렇게 지지고 볶고 열심히 일하는 게 솔직한 현실이기 때문에, “커리어 우먼”어쩌고 하는 단어를 진짜 싫어하는데, 이 놈의 신조어는 한 술 더 뜬다. 현란한 미사여구로 특집 만들기에 여념이 없은 미디어 종사자들은 혹여 이런 현실은 어떻게 생각할런지.
# by jeepy | 2007/10/06 23:29 | 트랙백 | 덧글(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