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8일
어설픈 자축
나이 먹는게 자랑도 아니고 꼬박 한살 더 먹는 날 맞기가 그리 기쁜 일만도 아니긴 하지만, 지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뒤로 생일이란 거의 남의 일이 되버렸다. 뉴욕 친구들과 café grey에서 기억에 남는 식사를 했던 작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이맘 때 마다 열리는 거창한 모학회 덕에 워싱턴 일대를 배회하면서 별로 달갑지 않은 비즈니스 디너로 저녁을 때우고 지쳐서 침대에 쓰러지다가 아 내 생일이 벌써 지났구나 하고 뇌까리는 그런 식이다.
올해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비행기 안에서 생일 하루를 다 보낸다. 어차피 도쿄에 남아 있는다구 크게 축하해 줄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비행기 좌석에 틀어박혀서 꾸벅 꾸벅 졸면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과히 상큼해 보이는 현실은 아닌거다.
조금은 서글픈 생각에 집에 오는 길에 조각 케잌을 좀 사고, 샴페인 작은 병을 하나 샀다. 그래 뭐, 어차피 씩씩하게 사는 김에 혼자서 생일 전야를 축하해 보는 것도 한 번 해보면 어떠랴. 집에 모셔둔 Krug도 있지만 한 병을 다 비울 자신은 없으니, Half Bottle로 살수 있는 최선의 선택 중 하나인 Lanson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병을 딴다. 부드럽게 일었다 잦아드는 거품. 아삭거리며 소근 소근 부딪치는 스파클링의 소리가 그러고 보니 축하의 속삭임처럼도 들린다. 분위기 같아서는 작은 병 하나쯤 훌쩍 다 마셔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젠장 샴페인 잔 하나를 비우기가 무섭게 어질 어질 취기가 오른다. 저녁도 먹었고, 스트로베리 쇼트 케잌이랑 쇼콜라 케잌도 먹어 치웠는데 어쩜 이리 쉽게 얼굴이 달아 오르는걸까 이런 이런.
가방도 대충 싸고, 이메일도 체크하고, 출장 미팅 일정도 다시 점검하고 약속도 다시 잡고 해야 하는데, 여기서 잠들면 안되는데…
어설프게 혼자 축하하는 시늉 내보다가 졸음만 쏟아진다. 어쨌든 그래도, Happy b-day to myself.
# by jeepy | 2007/10/18 21:19 | 트랙백 | 덧글(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