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epy의 끄적임
by jee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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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30일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지 싶게 한달여 이상을 방치 상태에 놓인 블로그. 바쁘기도 했고, 귀찮기도 했고, 워낙 단순하게 살다보니 털어놓을 만큼 쌓이는 잡념조차 없어서 그랬을까. 그 사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기온이 싸늘하기 한없었던 유럽으로 잠시 출장을 다녀왔고, 오는길에 서울에 6개월만에 며칠 들러 소원했던 친구들과 수다 한판씩 벌리고, 이런 저런 볼 일도 보고왔다. 다녀와서는 인간답게 살겠다는 결의를 지켜볼까 하는 마음에 일본와서 첨으로 요리다운 요리를 몇가지 만들어서 친구들도 불러보고, 엄청 빡셌던 학회를 하나 치러내고, 그 간간이 여름용 블럭버스터 영화도 챙겨보면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거다. 다시 짐에도 다니기 시작했으나, 이놈의 work & life balance 되찾기란 이리도 어려운 것이었던지 그 횟수는 무척 간헐적이며, 받은지 열흘이나 된 해리포터 마지막 권도 겨우 그제서야 펼칠수 있었던 건 불만스러운 일면을 낱낱이 반영하는거다. 작년 7월 31일에 엄청난 가방 두개를 짊어지고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으니 오늘은 일본에 온지 365일째 되는 날이다. 시간이 참 빨리 흐른 듯도 하지만 또 어떤 점에서는 더딘 듯도 하다. 그 어느때 보다 출장 다닌 날이 많았고, 일의 무게는 전혀 줄지 않아서 그런가. 어쨌든 일본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기는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몰라도 계속 진행 중인거다. 나를 위해 샴페인이라도 한 잔 기울여야 하나?
# by jeepy | 2007/07/30 15:31 | 트랙백 | 덧글(1)
2007년 06월 10일
근 한달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온전한 이틀간의 주말, 금요일을 포함하여 일본에 온 이래 가장 여유롭고, 그나마 인간답게 보낸 시간인 듯 하다. 같이 타국에 나와서 일하는 처지로 직장생활의 뒷담화를 나누는 Buddy가 되어 버린 직장동료 Jos가 마련한 Movie Night. 그의 친구들 구성층이 약간 Random하기는 했지만, 우연히 필리에서 살다온 그의 친구 중 하나와 레스토랑 기억 해내기 소동도 벌이고 (필리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아직도 맴도는데), 말로만 듣던 화제의 영화 Borat도 보고, 그럭적럭 괜찮은 금요일 밤으로 주말을 시작했다. 엽기적이고 느끼한 구석이 만만치 않지만, Boart은 상당히 추천할 만한 코메디. 토요일은 언제나 친절한 히데코와 한조몬에 있는 국립극장에서 가부키 보기. 그녀는 몇 안되는 Medical Device업게에 종사하는 학교 사람들끼리 한달에 한번씩 하는 주말 점심의 멤버이자, 2003 테츠의 아내이다. 모임 주선하는데 천부적인 재질이 엿보이는 이 부부를 보면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끼리 하는 결혼도 참 할만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그마한 이태리 식당에서 서둘러 점심을 먹고 도착한 극장. 친절하게도 처음 한 시간은 젊은 배우가 나와 “가부키 이해하기” 강좌를 한다. 무대 위에서 설명과 실연을 곁들여 가면서 무대 장치, 몇가지 기본 원리, 연기의 구성 등등을 좌악 펼쳐주는데 그야말로 초심자들을 위한 유익한 시간이고, 좌석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전통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혀갈 수 있는 좋은 아이디 듯. 어쨌든 가부키 이해하기 시간동안 반복해서 관객들에게 주입한 메시지는 “가부키는 남자가 공연을 하느냐, 줄거리나 무대가 어떻느냐 춤이 어떻느냐 이런걸 다 떠나서 오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는 거였다. 쉽게 말하면 이런 저런 토 달지 말고, 아름다움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라는 일종의 반복 학습이었던 셈인데, 은근 자잘한 반항심이 많은 나에게 이건 수많은 질문을 한번에 좌악 덮어버리는 고도의 상술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쳐든건 당연한 이치. 어쨌거나, 이어서 펼쳐진 한시간의 히키마도 (Skylight이라는 제법 그럴싸한 영문 제목도 달고)공연. 줄거리는 무척이나 신파스러운 이복형제간의 우애였는데, 무척 과장된 분장을 하고 나타난 스모선수 역의 주연배우가 주는 압도감은 인정할 만했다. 일어가 안되므로, 영어 해설 이어폰을 꼽고, 의상과 배우들의 몸짓 연기 등등을 짐짓 감상하며 나름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막판에 식구끼리 자수를 하자 말자 (스모선수는 실수로 도적을 죽인죄로 쫓기는 지명수배자의 신세였으므로) 이러는데 주변의 지긋하신 분들께서는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훔치시는게 아닌가? 헛헛. 순간 집중력 좌악 깨지면서, 이들의 정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공연은 끝나고... 가부키는 사실 꽤 볼만은 한데 (특히 TV에서 보던 그 따분함과는 비할바가 아니고), 여기서 주장하는 아름다움이란 아마도 지극한 형식미를 의미하는 듯 하다. 주어진 원칙에서 뭐하나 엇나가면 안되는데다, 일본인들이 소중히 하는 전통의 무게가 같이 더해져서 뭔가 귀중한 듯한 그런 가치를 마구마구 더하는 거라고나 할까. 사실 역사로 따지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백년 정도 된 장르인데, 마치 천년은 된 듯이 포장해내는 일본사람들의 포장 역량에는 다시 한번 감동할 수 밖에 없었고...
주말의 마지막인 일요일은 논란이 되었던 "300"보기. 백인 우월주의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너무 발랐다, 스토리가 없다는 등의 악평은 진작에 들었지만, 일본에는 이번 주에야 개봉한 덕에 직접 판단할 기회가 없었다. 뭐, 악평에 있는 말들도 다 맞고, 특별히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아니지만, 머리를 비우고 기대없이 보기에는 또 괜찮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지나친 근육맨들은 별로지만, 어쨌든 얼굴도 제법 곱상한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자랑스럽게 키워낸 근육을 최대한 과시하는 의상으로 관객의 시선을 유혹하는데다, 반지의 제왕 이후로 흔해진, 어둡지만 고상한 질감의 그래픽 화면이 상당한 신비감을 연출하고, 영화보고 나오면 테르모필레 전투 및 페르시아 전쟁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면서 나름 역사공부에도 기여하는 셈이니 표값은 전혀 아깝지 않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원래는 그 유명한 히로노부 츠치구치의 초컬릿 가게 중 하나인 Le Chocolat De H 에 들러서 따뜻한 핫초컬릿을 한잔 마실까 싶었는데, 역시나 몇개 안되는 테이블에 자리가 없는지라, 초컬릿 케이크와 초코 수플레 하나씩을 사서 달랑 달랑 들고 집에서 진한 녹차와 곁들여 먹는 걸로 대신했다.
아마도 앞으로 1년여는 더 있게 될 동경에서의 생활. 지난 1년은 정신없이 쌓여있는 일들 치워내느라, 여기저기 떠도느라 어떻게 지냈는지도 기억에 없는데, 남은 기간 동안에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좀 추스리고, 생활이라고 부를만한 것도 좀 만들어가면서 보내야 겠다는 각오로 새삼스러웠던 주말이 이렇게 간다.
# by jeepy | 2007/06/10 21:01 | 트랙백 | 덧글(5)
2007년 06월 06일
어릴 적 나는 땅이 꺼질까 봐 조심조심 한 발자국씩 내딛느라, 20분이면 갈거리를 몇시간이나 걸려 걷곤 하던 아이였다. 진심으로 땅이 꺼질까 봐 걱정스러워 그랬는지, 아님 너무나 혼자만의 생각에 골몰해서 나만의 슬로우 모션 걷기 세계에 갇혀 있었던건지, 예나 지금이나 운동 신경 없이 둔하게 뒤뚱거리느라 그랬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지의 7,8년간 매일같이 거르지 않았던, 내가 제일 좋아하던 놀이는 머리색이 각각 달른 세 명의 마론인형에다가 이런 저런 천쪼가리며, 용돈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 수집한 인형 옷을 갈아 입히면서 그날 그날 되도 않는 얘기를 지어내면서 혼자만의 인형극 하기였으니, 지독히도 내성적이고 집 안에서 어정거리기를 좋아했던 셈이다. 그랬는데,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에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의 나의 모습은 여기 저기를 떠돌고 있는 국제 방랑자에 다름 아니다. 대학 졸업하고 일 시작한 이래, 벌써 네 번째의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다섯 번 이상의 이사를 했고, 이제 또 어디로 짐을 꾸려야 할지 고민을 시작하고 있는 참이다. 게다가, 일상의 30%는 어딘가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느라 거처를 떠나 있고… 아직은 그래도 집보다 호텔이 편하게 느껴지는 정도의 위험 수위는 아니니 다행이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꽤 지긋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소위 말하는 집도 절도 없이, 가정을 꾸릴 가능성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다, 변변히 모아놓은 재산이라 할만한 것도 없는 현실인거다. 재미로 몇 번 본 사주 풀이에서도 딱히 역마살이 넘 심하다 이런 말은 없었던 듯 한데, 어쩌다 이렇게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의 추종자 비슷하게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누구처럼 여행기를 쓸 욕심도 없고, 또 그렇게까지 돌아다닐 만한 이상도 없지만, 언제 나의 떠돌이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될런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목표는 그래도 한 5년 안에는 잠시 거처가는 공간이 아니라 십년은 살만한 , 창으로 넉넉한 볕이 들고, 부엌이 쓸만한 나만의 집에 정착을 해서, 좋아하는 그릇과 부엌 용품을 이러저리 널어 놓고 요리를 하면서 주말을 시작하고, 씨디와 만화책이 빼곡한 서재에서 한 갓진 오후를 보내는 건데... 과연 이루어 질까나.
# by jeepy | 2007/06/06 18:12 | 트랙백 | 덧글(2)
2007년 05월 25일
바르셀로나에 대한 환상이 일에 묻혀 서서히 사라졌던 작년 첫 방문에 이어 올해 역시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바닷가에 면한 학회장, 그 옆 숙소 호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호텔 1,2층의 여러 홀을 오가며 지치도록 거듭한 회의 또 회의. 그나마 이번에는 도착 첫날, 공항에서 약간의 희망을 주는 약 10분간의 시간이 있었으니, 가방 찾는 곳에서 정체를 알수 없는 한 무리의 꽃미남들을 목격한 거였다. 모두들 엄청나게 핏이 딱 떨어지는 스트라이프 감색 정장에 감색 핑크 넥타이를 하고 있으니 단체는 단체인데 뭘까 궁금해 하던중 자켓에 작게 보이는 로고를 보고 아 이건 프리미어 축구팀이로구나 하는 순식간의 깨우침. 이런 땐 나, 감이 참 좋다.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 로고를 조사해보니 Getafe CF라고 프리미어리그긴 한데 별로 잘나가는 팀은 아닌듯)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남자들이 단체로 다니는 건 처음 본 듯하다. 느끼함은 쏘옥 빼고 하이틴 로맨스에서 방금 빠져나온 듯한, 당장 모델을 해도 손색이 없을 엄청난 미모의 카리스마남들을 바로 옆에서 정신 없이 구경하느라 짐도 겨우 찾았다. 그러면서 바로 오버랩되는 건 작년에 일본행 비행기에 함께 탔던 현대 호랑이 선수들. 진짜루 동네 미장원에서 단체로 유행하는 바람머리 파마하고, 무슨 연수 나선 생산직 현장직원들로 짐작했었는데… 축구팬은 전혀 아니지만 2류팀 멤버들의 포스도 이럴진대, 프리미어 리거들, 그 외모 만으로 세상을 평정할 만하다. 인정 또 인정. 호사스러웠던 공항에서의 10분에 이어, 도착 다음날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주욱 이어 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행을 기다리기까지 잠시 남은 짬을 이용해 바르셀로나 방문자로서의 기본 예의를 차리기로 했다. 그래서 냉큼 달려간 곳은 사그라데 파밀리아와 구엘 공원. 천재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중요성을 늘 중요시하는 나를, 남들은 엘리트주의자라고 비난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우디는 나의 신념을 묵직한 톤의 판결봉을 또 한번 꽈앙 내려줬다. 한명의 훌륭한 천재가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저히 세상의 것으로, 것두 100년전에 설계되고 시작된 것으로 믿을 수 없는 웅장함과 넘쳐나는 상상력, 초 모던함과 고전이 함께 숨쉬는 믿기지 않는 조화가 살아 있는 사그라데 파밀리아의 내부 모습을 보다 보니 어설픈 눈물마저 슬쩍 비쳤다. 천재도 천재지만 하나님의 손길이 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비현실적인 공간이 있을수 있는건지. 여기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설은 두가지. 가우디는 외계문명에서 발달한 건축과 예술 양식을 지구로 설파하러 온 외계인이거나, 아니면 진짜 하나님이 세상의 예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특별히 각종 영감과 재능을 듬뿍 더해서 보낸 준 천사 쯤에 해당하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구엘 공원을 가보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먼발치로 본 가우디의 여타 역작을 보면서 그런 나만을 가설은 더욱 확신을 더해갔다. 어쨌든 가우디의 역작이라던지, 공항에서의 꽃미남들을 보면 눈을 정화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일주일을 꼬박 일에 치어 허덕이는 내 모습들이 더 강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개인 여행으로 찬찬히 스페인을 한번 둘러보면 좋을 듯도 하다. 가고픈 여행지가 워낙 많아 당장 우선 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없지만..
<사그라데 파밀리아>
성당 외벽은 전통적인 양식으로 성경구절이 조각되어 있지만, 내부는 초 모던한 조각이다. 시간을 초월한 감각. 2유로를 더내고 아침 무렵이라 한가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성당 탑위로 올라가봤다. 살짝 아찔한 감은 있지만 보다 생생한 느낌.
탑에서 꼬불꼬불한 원형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창살밖으로 바라본 성당 창문들. Sacrifici, Oracio라고 써 있다. 슬쩍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위를 바라볼 때의 그 공간감은 사진따위로는 절대 재현할 수 없지만 그래도...
팀 동료들과 함께... <구엘파크>
멋도 모르고 후문으로 찾아간 탓에, 산꼭대기에 있는 공원까지 한참을 힘들게 올라가야 했지만, 참으로 이국적인 선인장 꽃이 반겨줬다. 오른쪽은 가우디의 상징인 그 유명한 개구리 모자이크 분수.
지극히 가우디다운 모습의 정문의 기념품가게 건물. 그리고 전혀 가우디와 관련 없지만 이날 저녁 들른 플라멩고 공연을 보여주는 식당. 음식은 맛없었고 플라멩고는 그저 그랬으며, 공연하는 집시들은 모두 뚱하게 화가 나 있었다. 10분이상 버티기가 힘들었음. 단지, 기타 소리는 정말 대단하더라. 스페인은 왠만한 거리의 기타리스트도 세계 정상급 기량과 겨루어 손색이 없다더니, 진짜 기타 하나는 이사람 저사람 다 제대로 쳐내는 신기함.
# by jeepy | 2007/05/25 20:16 | 여행 | 트랙백 | 덧글(1)
2007년 05월 11일
휴가를 다녀오면 생활의 활력이 좀 생기고, 매일 매일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곳 동료들의 독특한 스타일에도 좀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너무 빡빡한 일정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진전이 없는 한 주였다. 구름에 잔뜩 가려져 있던 우기의 태국 하늘의 태양빛으로 조금 그을은 얼굴이 아니라면 9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는 것조차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니.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살짝 물러 앉아 있기로 결심한 요즘이란 일이 바빠 숨이 헉헉댈 정도의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동감으로 가득차 일하는것도 아닌 날들이다. 이 직장에 들어와서 두번 째 제품 런칭을 그럭저럭 성사시키기는 했지만, 곧바로 이제 뭘하나 고민이다. 준비하는 동안 몸의 에너지가 이리로 저리로 소실되어서 막상 런칭 소식을 알릴 때쯤이면 기뻐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기도 하고.
게다가 상 다 차려 놓으면 그제서야 나서서 어느 자리에 앉아야 주빈으로 보일까, 상위에 오른 요리를 어떻게 장황히 설명해볼까 하는 고민으로 갑자기 바빠진 일단의 무리들을 보면 진짜 치밀어 오는 역겨움. 내가 그렇다고 특별히 독야청청한 것도 아닌데, 기회만 쫓아 바쁜 사람들과는 겸상하기가 싫은 어줍잖은 뻣뻣함은 어쩔수가 없다. 요리할 때 냄새에 질려서 상에 앉기가 싫은 걸수도 있고. 저녁 무렵 사무실을 바람같이 빠져나와, 키스 자렛의 공연장까지 터벅터벅, 실은 예의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우중충한 날씨 탓일까 달력은 분명 5월인데, 분위기는 스산한 11월을 연상시킨다. 11월에 자주겪곤 하는 바닥을 치는 우울함이 이때다 싶게 고개를 들고, 공연장까지 걷는 30분은 지독히도 자조적이고 비관적인 시간이 되버린다. 그럭저럭 시간에 맞춰서 자리를 찾아 앉고, Keith 아저씨? 할아버지? 공연을 몇년만에 보는건가 미처 헤아릴 겨를도 없이 시작된 연주. 그 순간 깨닫는다. 내 휴가에서 빠져 있었던 건 음악이구나. 이게 없어서 실컷 잘 놀고 즐기고도 돌아와서 재충전의 느낌이 없는거구나. 세상 볕에 그을리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메마르고 건조해진 내게 무대에서 울려나오는 삼인의 음악은 잠시 쉬어가는 강가다. 악기를 다루는게 아니라, 흐름을 다루고,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는 거장들이 뿜어내는 강물 같은 음들. 한 숨결도 끊어짐이 없고, 격하게 호흡하는 법이 없고, 지나친 법이 없다. 굽이쳐 흐르되 파도로부터 자유롭고, 고여있는 법이 없이 주욱 흘러가는 강물과 이들의 음악은 정말 놀랍도록 닮아 있다. 강물이 될 거대한 운명을 타고나진 못했어도, 이렇게 한번씩 강가에 앉아서 숨을 고르면서, 이런저런 감상에도 젖어보고, 엉터리같은 생각도 얼기설기 짜맞춰 보면서 잠시 쉬어 갈수 있다는 것만도 때론 참 감사한 일이다. 언제나 혼자서 모든걸 헤쳐나가야 하는 거대한 대도시의 하늘아래서라면 더욱.
# by jeepy | 2007/05/11 00:01 | 트랙백 | 덧글(1)
2007년 05월 04일
영어로 Mother-daughter trip이라고 하면 좀 더 그럴싸해 보이려나. 과년한 싱글 딸네미를 둔 덕택에 주변사람들에게 얼굴 많이 구기고 변명아닌 변명하느라 진땀 꽤나 흘리면서 살아가는 울엄마, 그 덕에 은근히 나랑 같이 여행다닐 일이 많다. 더욱이 일본 전국이 완전히 휴가모드로 접어드는 골든위크 기간에 일본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휴가를 낼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으므로, 울 모친께서는 또 한번의 여행 파트너로 낙점되셨다는…
사실 홀홀 단신 열대의 휴양지로 떠나서 밀짚 모자와 선글래스를 깊숙이 눌러쓰고, 수영장이나 해변 파라솔 그늘 밑에서 딩굴딩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책이나 실컷 읽는 혼자만의 휴가를 꿈꾼지는 상당히 오래되었으나, 실행의 문턱에서 항상 빗겨가고 마는데, 이번도 마찬가지 경우. 혼자만의 휴양지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엄마와의 동행을 결정했다.
암튼, 거의 8,9년만에 찾아간 방콕은 시끄럽고 매콤한 매연 가득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그간의 소원함을 탓하는 듯 여기저기 발걸음을 못뗄 정도로 맛나는 음식점들, 향긋한 아로마 내음 가득한 지상낙원과 같은 스파, 꽤 근사한 위용을 자랑하며 새로 들어선 쇼핑몰, 짐톰슨 매장의 멋진 실크 등이 자석과 같은 흡입력으로 나를 붙들어 맸다. 방콕에서 1년 정도 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마져 들게 할 정도였으니.
방콕에만 8일내내 있어도 좋았겠지만, 굳이 푸켓을 일정에 구겨 넣은건, 그간 일에 찌들은 스스로에게 휴양지에서의 시간을 필히 선물해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삐 돌아다니필요도 없는 느긋한 시간들을 가지기에는 아무래도 열대섬의 리조트가 딱일거라는 선입견을 벗어나기 힘들기도 했고. 학교 졸업하고 다시 일 시작한 뒤로, 일주일 이상의 휴가가 생길 때마다 항상 뉴욕에 올인하다보니, 휴가 같은 기분으로 다녀온 여행은 참 오랜만이다. 근데, 여행은 중독성이 있는 걸까. 겨우 사흘밖에 못 보낸 방콕에 대한 아쉬움으로 벌써부터 달력을 뒤적뒤적, 각종 여행예약 사이트를 들락이며 여름에 잠시 한번 다녀올까 하는 생각으로 바쁘니... 벌써부터 그립다. 방콕.
<에프터 눈 티> 맛나는 거라면 눈이 섬광으로 번뜩이는 내 본능이 어디서 왔겠는가. ㄸ끈한 스콘, 맛나는 케익과 샌드위치로 가득한 트레이 앞에서 아이와 같은 행복감으로 가득찬 울엄마. 핏줄은 무서운 거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 해주는 오리엔탈 호텔에서의 느긋한 차 마시기 시간. 울 엄마랑 동행하면서 한가지 좋은 점은, 둘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정신 없이 행복해지고, 실란트로, 팍치 같은 향료를 너무 사랑하고, 한국 음식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 식당 들락날락 할일 없다는거다.
에프터 눈 티도 티지만, 모든게 여유롭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오리엔탈 호텔. 나이 들어서 시간과 재정적인 여건이 모두 허락한다면 매년 겨울을 이곳에서 지내는 것도 참 좋지 않을까 하는 한가로운 망상도 잠시...
 <팡아만> 이왕 관광객이 되기로 한거 본격적으로 나서서 팡아만 카누 투어까지 해버렸다. 간간이 내리는 빗속에 갑판이 흥건이 젖기도 했지만, 조그만 섬에 내릴 때마다 신기하게 비가 그치는 조그만 행운에 기뻐하기도. 전담 카누 드라이버 및 포토그래퍼가 되다시피한 현지 투어 캡틴은, 영리하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펼쳐서 울 엄마한테 귀염을 듬뿍 받고 내 지갑에서 두둑한 팁을 챙겨가는 수단을 발휘하기도.
 <푸켓 JW 메리엇> 어느 건축가가 생각한건지 몰라도 호텔 로비가 곧장 바다로 이어지는 듯한 설계는 참 신선하다. 일단 체크인하는 순간 호텔에 대한 만족도와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거니까. 로맨틱한 여행으로 아만푸리 같은 커플용 풀빌라에 묵는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푸켓에 갈 때마다 이 곳을 선택하게 될 듯하다.
# by jeepy | 2007/05/04 17:27 | 트랙백 | 덧글(3)
2007년 04월 08일
교토 교토 노래를 부르다가, 이왕 가는거 그 유명하다는 벗꽃놀이 피크시즌에 가보자고 겁도 없는 계획을 세웠다. 당일치기로 교토를 가본적 이야 몇번 있지만, 그게 몽땅 출장이었으니 내가 아는 곳은 오직 교토역, 자동차에서 슬쩍 본 거리, 그리고 병원 이게 전부니 가봤다고도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몇 달 전부터 알아봤는데도 일본인들 어찌나 부지런들 하신지 호텔마다 방이 없어서 여행사를 통해 겨우 힘들게 터무니 없는 가격을 주고 울며겨자먹기로 호텔을 구하고 드디어 새벽 기차를 타고 도착한 교토, 세상에 이날도 여지없이 비가 주룩 주룩. 올해 꽃구경은 비 구경과 함께하라는 건지 원. 근데 교토의 거리에서 맞는 부슬비는 그리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묘한 느낌이 있다. 엄청난 관광 인파로 붐비는 와중에도 오래된 건물과 빗자락이 어우러져서 묘한 낭만감이 있는 건, 흙과, 목조, 좁다락 골목자락의 영향인걸까?
암튼 평생 볼 벗꽃은 다보고, 기모노 입은 아줌마, 아가씨들을 비롯해서 사람 구경 신물나게 하고, 참으로 오랜만에 정통 콩나물 시루 버스에 꺼이 꺼이 짐짝처럼 실려도 보고 하느라 혼자 하는 여행의 한적함을 만끽할 시간은 없었지만, 소원 풀이를 했으니 일단은 만족해야 하는 여행이다.
한적함만 보장된다면 다음에는 좀 시간을 갖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데, 기본적으로 교토는 한겨울, 한여름 빼고는 비수기가 없다니 안타까운 노릇.
<관광지들; 금각사, 기요미즈데라, 우지가미 진자, 뵤도인 >
엄청난 관광객의 자세로 무장한 나는 그 험한 교통 대란을 뚫고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다. 원래 유명하다는 관광지 찍고 돌아다니는거 제일 싫어하는데, 오랜만에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본거다. 주로 이런 불교 유적지를 보다보니 어설프게도 조선 왕조에 대한 증오가 치밀더라는... 서양은 기독교를 모티브로 각종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일본 같은 속칭 과거의 미개국 (솔직히 이거야 원 한국사람으로서 교육받은 거니 어디 다른 나람 사람과 논쟁이라도 해볼라치면 말발 딸릴 확률이 높지만)도 불교를 통해 사찰 문화 및 예술 작품을 꽃피웠는데, 우리 문화예술계는 그 잘난 유교를 숭상하던 몇백년간 반 정체 상태에 있었으니, 제길 정말 위대한 조선이다.
아수라장과 같았던 교토 시내에 비해 아침 일찍 서둘러 찾아간 우지는 여유가 있는게, 참 맘에 들었다. 인적없는 골목길을 걸어 천년쯤은 되었을 이끼를 지붕에 이고 있는 신사도 보고, 녹차가게가 늘어선 뵤도인 앞 길에서 녹차 아이스크림도 홀짝 거리면서 어슬렁 거리던 기분이란 꽤 괜찮았다.
 
<흐드러지던 꽃잎들 꽃잎들 >
여기저기 만개한 벗꽃 구경할 곳이 곳곳에 널렸어도 최고의 벗꽃 구경 지역은 단연고 은각사 앞 "철학의 길"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틀 동안 두번이나 찾았는데 (물론 둘째날은 첫날 갔던 가게의 수제 고양이 인형을 잊지 못해서, 구입하러 꾸역 꾸역 찾아갔던 거지만) 비오는 날의 운치와 맑은 날의 느낌이 각각 다르긴 했다. 기요 미데라즈 역시 밤에 한번 낮에 한번 들렀는데, 산 중턱에서 눈부시게 쏘는 선연한 두 줄의 조명과 어우러진 야간 개장 쪽이 한 수 위였다. 나름 여기 저기 찍고 돌아 다니느라고 바빴는데도 결국 같은 장소를 복습해 준걸 보면 역시 나는 늘어지게 한 군데를 슬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긴 좋아하는 듯하다.


 <먹거리, 볼거리 , 산넨자카, 요지야 카페>
나의 여행은 언제나 변함 없이 먹거리와 쇼핑거리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게 어디 교토라고 예외일소냐. 혼자임에도 너무나 꿋꿋이 그 유명하다는 은가사 앞 요지야 카페에서 요지야 시그니쳐 로고가 들어간 맛차 카푸치노도 먹고, 우지에서 잘 나간다는 녹차가게에서 녹차 우동도 먹어주시고, 두부 정식도 빠드리지 않는건 기본이었다. 요지야는 교토에만 있는 화장품 가게인데, 나를 포함한 관광객들치고 여기서 기름종이랑 화장품 몇개안사가는 사람이 없으니 굳이 전국적으로 힘들게 영업이다 마케팅이다 할 필요도 없이 수월하게 장사하는 일본의 지역 마케팅 상품의 전형인 셈이다.
아마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건 산넨자카의 기념품 가게와 철학의 길 앞 가게에서 근방이었을거구. 산넨자카, 니넨자카 이동네의 위치와 그 경관이란 정말 온세상의 기념품 가게가 벤치마킹 해야 할 정도가 아닌가 한다. 분명 엄청나게 기념품 가게가 들어선 상점가에 불과한데, 그 오밀조밀한 목조건물과 좁은 골목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는 돌계단 덕택에 엄청난 낭만감마져 준다니, 이정도면 상업주의의 개가라 할만하다.


# by jeepy | 2007/04/08 22:17 | 트랙백 | 덧글(4)
2007년 03월 31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날씨 덕에 벗꽃이 일찍 필거라는 예견도 분분했으나, 막판에 은근히 매서워진 봄날씨로 동경의 벗꽃 시즌은 예년과 다름없이 3월말에 찾아왔다. 진해도 벗꽃으로 유명하고 워싱턴도 벗꽃으로 유명하지만 한번도 구경가야 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 없는데, 워낙 일상이 뻔하다보니 이제 이런 것마저 관심이 간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오하나미”라는 제법 멋스러운 말로 모든 사람이 여기에 동참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팍팍 조성해 대는 판이니, 귀가 얇은 나로서는 솔깃 솔깃 할 수 밖에. 진작부터 계획한 교토에서 벗꽃구경하기 일정을 일주일 앞두고,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학교 동창들끼리 한 달에 한번 꼴로 만나서 먹는 토요일 점심 약속이 벗꽃으로 유명하다는 구단시타에서 잡혔다. 만개한 벗꽃잎 만큼이나 꽈악 차게 밟히는 인파를 뚫고 공원을 배회하면서 든 생각은, 뭐 여의나 동경이나 벗꽃시즌에 사람 많고 여기저기 먹거리 가판대 들어서는 건 비슷하군 하는 거. 차이라면 강가를 끼고 줄지어선 나무들이 주변 경관과 조금 더 조화를 이룬 정도. 날씨가 우중충하고 제법 쌀쌀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걸 수도 있겠고… 사실, 이날의 수확은 어설픈 꽃놀이 후, 가구라자카라는 정감가는 동네의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이태리 식당서 일본에 온 이래 제일 맛있었던 핏자와 파스타, 그리고 젤라토를 먹었다는 사실이다. 학교다닐 때는 일면식도 없었는데 단순히 동종업계라는 이유만으로 1년 선배들 모임에 끼어서 늘 맛있는 식당을 소개받기만 하자니 슬쩍 민망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좋은게 좋은거니까.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벗꽃과 동행한 동종업계 동창, 실은 경쟁업체 직원들>

# by jeepy | 2007/03/31 19:47 | 트랙백 | 덧글(2)
2007년 03월 11일
“언니는 왜 살어?”하고 누군가 물어봤던 날, 딱히 정답이라 내놓을 만한 것은 없었다. 그냥 뭐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별달리 들지 않고, 사는게 너무 끔찍하지는 않으니까 사는게 아닐까 하는 정도의 대답… 문득 10년전, 5년전의 이맘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떠올려 본다. 10년 전에는 느낌상 폼나 보이는 컨설팅 회사로 직장을 옮겨 보겠다고, 서류 제출이며 면접 이런걸 하고 있었다. 눈다래끼가 자주 나던 시절이라, 그걸 좀 가려본다고 가르마를 반대로 해서 머리를 묶고 면접했던 쓸데없는 기억이 난다. 5년 전에는 아마도 MBA 합격통지서를 받아들고 나름 흐뭇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듯도 한데. 여느 때처럼 밤새워 사무실에서 제안서를 쓰던 어느 날 자정 무렵에, 회의중 잠시 나왔다가 학교에서 도착한 이메일을 보고 한바탕 자축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내색할 수 없어서 다시 회의실로 직행했던 장면이 스친다. 그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건? 늘어난 나이의 무게, 살고 있는 공간과 직장 동료들, 자주 보기 어려워진 친구들과 새로 생긴 친구들, 남자에 대한 가치관 (지금은 무조건 외모 지상주의), 완전 생머리에서 살짝 곱슬기가 생긴 머리결, 전문가 수준에 이르러버린 혼자 놀기의 각종 노하우, 이제는 하늘나라에 있는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자리. 변하지 않은 건, 밤늦도록 밀려있는 일거리들, 몸무게, 남자친구 없는 싱글로 살기, 먹거리와 볼거리에 대한 강한 호기심, 가장 가깝고 소중한 친구들 이름 몇 몇, 뉴욕에 대한 애정, 파란 하늘을 보면 한번씩 울컥하는 특이한 정서, 음 그리고 또 뭐가 있나... 남들이 보기에 이런 나 사는 모습이 비참해 보일 수도 있고, 또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일 수도 있을테지만, 하나 확실한건 아직 목숨 줄을 지탱하고 있을 만큼 현재가 싫지는 않은 듯 하다.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들 이리 저리 반추해 보는 의미에서 과거는 항상 머리를 떠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다시한번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싫든 좋든 현재에 충실하고픈 생각에 변함이 없는걸 보면 말이다.
# by jeepy | 2007/03/11 00:46 | 트랙백 | 덧글(6)
2007년 03월 10일
아직도 영국 락을 좋아하냐며 시대에 뒤쳐졌다는 구박을 주구장창 받을 망정, 라디오헤드와 뮤즈 이 두 브리티쉬 밴드들은 여전히 나의 맘을 설레게 하는 지존들이다. 몇 달 전 뮤즈의 일본 공연 예매 떴을 때 그놈의 출장 일정 비교해 보고 어쩌고 살짝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표가 싸악 매진되어버리는 바람에 어찌나 상처를 받았었는지. 흑흑. 그야말로 하늘의 도움으로 추가 공연 일정이 뒤늦게 잡히고 나는 이걸 놓치지 않고 표를 낚아채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사실 내일 모레 도쿄포럼에서 하는 건 전형적인 대규모 공연, 그에 비해 오늘 “스튜디오 코스트”에서의 공연은 지난번 시저시스터즈 공연 보러갔던 요코하마 블리츠 규모의 중소 규모 인 것이다. 음화핫핫… 그치지 않는 거만한 웃음. 뮤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심하게 배아파서 때구르르 구를 정도의 기가막힌 행운이자 엄청난 호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3년전 필라델피아에서 봤던 라디오헤드 공연은 내 일생일대의 최고 공연이었으나, 무지 막지 넓은 야외공연장에서 망원경의 힘을 빌려가며 봐야 했던 아픔이 있었던 사실을 기억보자면… 게다가 엄청나게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 감시의 눈을 뚫고 몰래 몇 컷 촬영에 성공하기도… 소규모 라이브하우스의 나름 비좁은 무대에서, 스태디엄 공연의 분위기를 전달해 버린 최고의 무대 셋팅, 비쥬얼, 조명 음향에다 손에 닿을 듯한 동작 하나 하나들. 포스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매튜 밸라미를 포함한3인방. 아, 진정 영국인들은 무대에서만큼은 지상 최고의 우수 종족들이자, 일에 찌들어 거의 사그라져 가는 나의 엔돌핀 레벨을 확 올려주는 수호신들이다. <Studio Coast 신키바> 이런 공연장이 대체 몇개쯤 있는거냐 동경에. 어쨌든 집에서도 가깝고, 아무리 꽉 꽉채워도 절대 천명은 넘을 수 없는데다, 쿨한 바도 구비한 라이브 하우스... 창고같은 건물안에는 사랑스러운 첨단 조명과 작지만 파워풀한 무대가... 앞으로 사랑해 주고 싶은 공간이다. <몰래몰래> 소위 말하는 도둑 촬영을 하다 보니, 매튜가 마이크를 먹다시피 노래하는 명장면 앞에서 앞사람의 손이 불쑥 나오기도. 무대 뒤 화면 크기와 멤버들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작은 무대였는지 실감이 더 난다. 무대에서 멀지 않은 계단위에서 공연을 본터라 맘대로 찍을 수 있었으면 볼만한 사진이 나왔을텐데.. 배가 부르다 보니 별 불평이 다 많네... 
# by jeepy | 2007/03/10 23:50 | 음악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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